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놀기란 쉽지 않다. 모래가 가득한 놀이터는 안전상의 이유로 푹신푹신한 고무바닥이 되었고, 회색의 빌딩 숲에서 푸른 자연을 만지고 놀 환경은 턱없이 부족하다. 밝고 활발한 쌍둥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자라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집을 꿈꿨다. 이런 부부의 바람이 가득 담긴 빙그레-가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장난감이 아닌 콩벌레, 지렁이 등 자연을 만지고 관찰하며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가족 맞춤형 하우스다.
산동읍에 위치한 주택의 필지는 코너에 자리잡아 단지 내 도로를 면하고 있고, 동측은 차폐 공원 부지를 사이에 두고 대로를 바라보고 있다. 차량통행이 많은 골목으로부터 아이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은 도로를 등진 'ㄷ'자의 형태로 지어졌다. 도로에서 보여지는 주택의 모습은 폐쇄적이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마당과 초록의 녹음이 가족을 반겨준다. 주택의 외벽은 백색 스타코로 마감해 간결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붉은 벽돌타일과의 대조를 이룬다. 또한 삼각창을 적용한 처마라인, 두 개의 박공 등 빙그레-가의 독특한 특징을 강조하는 효과를 낸다. 동측으로 이어진 낮은 담장은 공원 부지 너머의 대로와 주변의 아파트로부터 시선을 차단하며 편안한 여가시간을 보장한다. 더불어 곡선의 입면 요소가 돋보이는 담장은 도로를 향해 살며시 미소짓는 모습으로, 빙그레-가에서 퍼져나오는 행복한 웃음을 외부로 표출시킨다.
집에 들어서면 현관을 중심으로 가족과 다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용 공간과 침실, 서재, 공부방 등의 개인공간이 구분되어 있다. 두 공간 사이에는 화장실, 세탁실, 다용도실과 같은 서비스 공간을 배치해 실내외의 간극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거실과 주방은 바닥 높이를 다르게 해 각 공간의 영역성을 확보하고, 풍부한 공간감이 느껴지도록 했다. 남향의 마당을 통해 충분한 채광을 확보할 수 있는 거실은 온 가족이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늘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주방은 독특한 지붕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삼각창을 설치해, 보행자의 시야로부터는 자유로우면서 뒷산의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인다.
동측면에 위치한 외부 창고의 상부에는 거실에서 연결되는 다락을 만들어 아이들을 위한 실내 놀이공간을 확보했다. 또한 남향의 충분한 볕을 받을 수 있도록 계획된 개인 공간은 안방, 서재, 아이들방, 공부방이 나란히 이어진다. 아직 함께 지내기 좋아하는 두 아이를 배려해 향후 독립적인 공간으로 분리될 수 있도록 했으며, 복도에 숨겨진 작은 문을 열면 때로는 혼자만의 작업시간이 필요한 아빠를 위한 작은 서재가 마련됐다. 야외 마당을 둘러싼 입면은 아이들이 커가듯,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목재로 마감했다.
건축주는 시간이 흘러 목재가 바래졌을 때 아이들과 함께 새롭게 칠을 할 것이라고 말하며 미소 짓고, 아이들은 드넓은 마당의 녹음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웃는다. 부드럽게 웃는 모습을 이르는 '빙그레-가'라는 이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주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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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가
설계. 오후건축사사무소
책임건축가. 노서영, 김하아린
디자인팀. 강동오
시공. 망치소리
위치. 경상북도 구미시 산동읍 신당리
건축형태. 신축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392.00m2
건축면적. 164.87m2
연면적. 164.87m2
규모. 1개동, 1층
건폐율. 42.06%
용적률. 42.06%
주요구조. 경량목구조
마감재.
- 외부: 스타코, 루나우드, 갈바 지정색 도장마감, 아연도금강판
- 내부: 마모륨, 친환경 수성페인트, 합판 위 오일스테인
연도. 2023
사진.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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